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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서고픈 젊은 시인의 세상바다를 향해 나가는 불 빛 같은 시들

 

나는 글을 쓸 때 원고지를 편다

컴퓨터로 쓰는데도

아직도 200자 빨간 원고지를 편다

<중략>

자필(自筆)로 쓰는 작가들은 몰라도

컴퓨터에서 출발하는 글들은

흰 백지에 써 내려갈 것이다.

<원고지와 백지 중에서>

 

 

스물 아홉 살 젊은 시인에게 시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시인은 아직 시를 쓰는 일이 아직도 낯설 때가 있다.

초등학교 때, 국어시간 글쓰기 수업 어렵고 일기쓰기도 진저리친 어린시절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에게 시는 어떨게 왔을까? 짝사랑한 사람에게, 좋아하는 가수에게서, 작가와 같은 예술인이, 한없이 사랑을 주지만 때로는 외로움도 함께 주었던 가족에게 왔다

시인에게 기쁨으로 다가온 시도, 슬픔으로 다가온 시도 한편 한편 소중한 시가 되어 왔다

시인은 시들과 등대가 되고 싶다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

머물고 싶은 소망 하나를 모아

작은 숲을 지키는 등대로 남고 싶습니다.

 

해가 뜬 날에는 먼 곳에서 그녀를 비추고

작은 별 하나 떠 있을 때에는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향해 비추고 싶습니다.

<등대 중에서>

 

시인이 등대가 되는 것, 등대지기에겐 수평선 아득한 바다를 선사하고,

어둠만 가득한 밤바다를 건너는 사람이나 혹은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한줄기 등대의 불빛이 되어 길이 되어주고 신호가 되어주고 싶은 바람이다.

생애의 첫 시집, 시인은 그거른 어떤 이에게는 등대의 작은 빛으로 빛나길 소망한다.







도현 홍현승 (시인)

 

- 1991년 서울 -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 불교와 문화예술이 있는 장애인들의 모임 보리수아래 회원

화계사 불교학생회 간사

- 2014년 조계종 신행수기공모전 우수상

- 2015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2019년 불교활동가상 수상

- 2017년 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 빵 한 개와 칼 한 자루한국-미얀마 편 참여

- 보리수아래 10주년 기념 공동 시집 단 하나의 이유까지참여

- 보리수아래 음반 <꽃과 별과 시> 1-5집 작사가로 참여


     

저자 머리글_

등대가 될 수 있다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 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 모르겠어

(파블로 네루다 / ‘의 일부)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를 만날 때마다 감사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나에게 찾아온 시는 나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글을 쓰는 나 자신이 낯설 때가 있다. 초등학교 때, 국어 시간 시 쓰기 수업은 물론, 일기 쓰는 것도 진저리났던 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오랫동안 다니던 방과 후, 글짓기 수업에서 조용히 시가 다가왔다. 짝사랑한 사람에게서 다가온 시도 있고 내가 응원하는 가수, 작가와 같은 예술인이, 한없이 사랑을 주지만 때로는 외로움도 함께 주었던 가족이 시를 주기도 하였다.

때로는 너무 좋은 나머지, 마루에 실례하는 강아지처럼 날뛰면서 시가 다가오기도 하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곁에 두고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다가온 시도 있었다. 기쁨으로 다가온 시도, 슬픔으로 다가온 시도 있었지만 하나하나가 소중한 시였다.

그 시들에게 나를 선택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그 시들의 뿌리가 되어준 모든 분과 존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글을 쓰게 되면서 감사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지도교수를 맡아 주신 김성렬 교수님, 시 창작을 지도해주신 심재휘 교수님, 보리수아래 감성 시집 시리즈를 기획하여 시집 발간의 기회를 주신 보리수아래 최명숙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시집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도서출판 도반 김광호, 이상미 대표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등대의 존재는 등대지기에겐 넓은 바다를 만나게 하고, 깜깜한 밤바다에 홀로 떠 있거나 혹은 무인도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등대의 아주 작은 빛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의 첫 시집도 어떤 이에게는 등대의 작은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어느 날 저녁,

도현 홍현승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