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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시인의 시집 ‘인연 밖에서 보다’ 출간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인연 밖에서 만날까?


최명숙 시인에게는 그녀만의 독창적인 시선이 있다.
머리글에서 그녀는 ‘보고 느끼고 혹은 늦은 깨달음을 인연 밖에서 바라보며 담담히 살고 싶은 마음을 적고 싶었다.’ 라고 했다.
시인과 함께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늦은 깨달음은 무엇인지, 참 독특한 표현인, ‘인연 밖에서 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무엇인가 귀한 것이 담긴 상자는 함부로 열면 안된달까...


흘러가는 강물 위에
들고 있던 삶의 짐들이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을
인연 밖에서 보아야 한다
   - ‘하동 가는 길’ 중에서 -


이런 구절에서 그냥 눈물이 핑 도는 것은 나만 그럴까?
정확한 불교의 이론들도, 날카로운 분석력도, 강력한 수행력도 여기서는 필요 없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강물 위에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을
우리도 그냥 시인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바라보는 것이 멋지지 않을까?


엄마
잘 있지
보고 싶네

아픈 엄마가 가던 날
다른 날보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장 봐서 오라고 재촉하더니
대문을 나가기도 전에
엄마는 앞서갔지
참 먼 길이었을 텐데

쉰세 살에서 멈춘 엄마의 나이
나도 그 나이를 지나왔어
다른 해 다른 날보다 더 잘 있나 궁금해지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엄마도 그럴 텐데
얼마나 보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에
눈물만 흘러

이만하면 엄마의 좋은 딸이 됐나 모르겠어
시인으로 사는 거 괜찮은 일이야
둘째는 선생이 됐고
셋째는 똑똑한 아이 둘 키우느라
머리에서 쥐 난다고 해
딸로 태어난 것이 섭섭하다던 넷째는
착하기만 해서 걱정이고
기다리던 아들 막내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잘 됐지

빛바랜 사진처럼
어린 날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있어
그러나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
보고 싶다 엄마

-  본문의 시 중에서 ‘엄마’ -


가족이 되어 산다는 것은 무슨 인연일까?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았고 또 이렇게 시 한 편이 남았다.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강물 위에서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시인은 머리글에서 “이렇듯 인연의 안과 밖에는 내가 있기에 기쁨과
즐거움, 보냄과 기다림을 적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그녀의 시선이 독특한 것이 아닌 것 같다. .
우리가 너무 한쪽 측면에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늘 인연 안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인연 밖에서 보면 모든 것들이 달라 보일지 모른다.
그것이 부처님의 증요한 가르침인 것은 아닐까?


나무들도 나무끼리 가지싸움을 하면서 크고
풀꽃들도 풀꽃끼리 키 재기를 하면서 더불어 살고
나무와 풀꽃도 아닌 듯하면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더불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숲길의 그들과 진정으로 더불어 걸었다
                  - ‘나무와 풀꽃’ 중에서 -


인연 밖에서 볼 때 우리는 그들과 진정으로 더불어 걸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각 선사의 증도가 한 구절과
알라딘 램프의 내용이 다르지 않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선율과
깊은 차향이 어울릴 때
카톡의 울림처럼 툭툭 나서는 생각들이
쉽게 읽은 글 한 줄을 알 듯 말 듯 어렵게 했다
           - ‘개화사 그 자리에서’ 중에서 -


쉽게 읽은 글 한 줄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화두를 들어야 한다.
‘인연 밖에서 본다’는 그 한 줄의 글이 알 듯 말 듯 가볍지가 않다.

장애인 불자 모임인 ‘보리수 아래’의 대표를 맏고 있는 최명숙 시인은 본인도 장애인이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장애인 포교 활동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시인으로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 ⌜인연 밖에서 보다⌟는 도서출판 도반에서 출간되었고, 가격은 9,000원이다.

 


차례_

입춘 후 12/ 시골 장터 노파의 노래 14/ 봄은 16/ 아름다운 사람 첫 번째 18/

신촌 병원 가던 날 꽃샘 추위 20/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에 21/ 원동역의 봄날 22/

소리여 어서 가자 24/ 엄마 26/ 사월의 길 28/ 하동 가는 길 30/ 있을 뿐 32/

봄날은 간다 33/ 걸인과 달고나 파는 여인 34/ 아버지와 어머니 36/ 약사사 길에서 38/

2015년 봄 어느 오후를 다시 생각함 40/ 그대의 봄이 깊어 42/ 꿈 44/ 목어 45/

괜찮아요 48/ 까치밥이 있던 은행나무집 51/ 오월 갑사에서 54/ 넘어졌어요 56/

어디 계신가요 57/ 그날이 다시 오면 58/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60/ 호사다마 61/

생각의 전환 62/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64/ 아름다운 사람 3 66/ 눈 68/ 작약꽃 편지 69/

끼어든 바람이 말했다 72/ 초승달이 떴다 74/ 다시 듣기 76/ 홀로 걷다 78/ 사는 일 79/

조계사에 들다 80/ 그저 그런 기억들 82/ 개구리가 우는 걸 보니 84/ 나도 그처럼 86/

나무와 풀꽃 88/ 먼 길 90/ 방황하는 가운데서 91/ 자유 92/ 착각의 미완성 94/ 바다, 배, 등대 98/

꽃양귀비 99/ 내소사 안개 100/ 건너편 의자 102/ 두 시선이 닿는 곳에서 104/ 이유를 찾을 순 없으나 106/

가사자락이 펄럭인다 107/ 은진미륵과 산책하다 108/ 시처럼 가을은 110/ 깊은 가을 속에 섰다 112/

가을비 113/ 무채색 간이역 11월 114/ 비 젖은 마곡사에서 116/ 다시 마곡사에서 118/ 알 수가 없다 120/

한 해를 보내며 122/ 야나가와 뱃놀이 124/ 만달레이 힐 수타웅파이 사원 126/ 바람, 햇살 그리고 홍매화 127/

개화사 그자리에서 128/




저자 소개_

       



최명숙
·강원도 춘천 출생
·시와 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
·보리수아래 대표
·수상 : 구상솟대문학상 대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 예술상 문학부문,  
         대한불교조계종포교대상
·시집 「따뜻한 손을 잡았네」 「산수유 노란 숲길을 가다」
      「풀잎 뒤에 맺힌 이슬」 「마음이 마음에게」 외...
·메조소프라노 이야경의 신작 서정가곡 21선(2017년)에 참여





저자 머리글_

보고 느끼고 혹은 늦은 깨달음을 적어가며

숲은 푸르게 하나인 듯 보이지만 수많은 풀과 나무가 각기 제 모습으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작은 골의 샘에서 시작한 물이 한길을

흘러가는듯하지만 다다르는 곳은 다 같지가 않습니다. 밤의 호수는 어둠의

그늘에 가리운 듯 해도 가슴을 열어 달을 품어 안습니다.
거친 바다에서 어둠을 딛고 솟아오른 해는 환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존재하는 것들과 살아가면서 숲의 나무 한 그루이었다가, 먼 바다에

이르는 물 한 줄기이었다가, 달을 품는 어느 밤의 깊은 호수가 되고도 싶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바다의 아침을 비추는 햇살을 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인연의 안과 밖에는 내가 있기에 기쁨과 즐거움, 보냄과 기다림을 적었습니다.
여행길에서 실수로 꽃 한 송이를 꺾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로 인해 상처가

난 사람이 있음을 알고 아프게 적기도 했고 소외되고 팍팍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적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주시는 명품의 차를 마시고도 명품인 줄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자리에서 이름만 같은 차를 마시면서 깨닫던 순간처럼 적기도 하였습니다.
보고 느끼고 혹은 늦은 깨달음을 인연 밖에서 바라보며 담담히 살고 싶는 마음을 적었습니다.
바람 곁의 풍경처럼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집이기를 소망으로 남깁니다.
2018년 8월 어느 날에
최명숙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