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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펨바Mpemba 효과


<동봉 스님 첫 번째 시집>


그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은 것만으로도 수행이 되는

동봉 스님의 특별한 글을 만나 보아요.

  

동봉 스님의 글에는 명확한 가풍이 있다.

불교뿐만 아니라, 과학과 예술 및 다양한 인문학과 언어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 모든 것들이 완전하게 소화되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쓰신다.

깨닫기 전의 삶과 깨달은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르듯

깨닫기 전의 글쓰기와 깨달은 후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지

동봉 스님의 글쓰기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경직되지 않으면서도 논리나 내용이 흐트러지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글이지만 또한 끝까지 갈 수 있는 깊은 글이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아름다운 감성을 가득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수행이 되는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동봉 스님만의 특별한 가풍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문화 비평이 활발한 영어권에서 동봉 스님의 글이 발표되었다면 철학, 문학, 과학, 종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독창적인 대가의 탄생으로 큰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문화는 아직 그렇게 성숙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서 눈밝은 이들이 하나씩 둘씩 동봉 스님의 글을 알아보고 감동 받을 것 같다.

 

머리글에서부터 동봉 스님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나의 시집 처녀작

음펨바 효과

말씀

사원을 일러

라고 표현했던가

 

산소와 같아

눈에 띄지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지

다만 느끼느냐 아니냐일 뿐

 

Aechmea fasciata

에크메아 파시아타

꽃말이 만족

조화인 듯

이쁘다

시집 머리글 중에서-

 

 

한자를 파자해보니 시라는 글자가 참 멋진 뜻을 알겠다.

그리고 짧은 문장이지만 끝까지 들어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산소와 같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시어들..

내가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 아름다운 꽃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오도가를 대하듯

머리글에서부터 가슴을 쾅하고 치는

동봉 스님의 첫 시집 음펨바 효과

그렇게 읽는 것만으로 또다시 수행의 마음길을 걷도록 한다.

 

 

음펨바 효과는 과학 용어로, 특정 냉각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1963년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B. Mpemba)가 중학교 조리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뜨거운 상태의 용액을 얼렸더니 식힌 후 얼린 것보다 먼저 어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후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이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1969년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봉 스님께서 탄자니아에서 계실 때 오스본 교수와 친분이 있었고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는 키 아이디어를 제공하셨던 에피소드도 있다.

 

 

시집에서 무슨 과학 이야기일까?

과학 이론들은 놀랍도록 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한다.

동봉 스님은 깊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적 가르침이 현대 과학 이론들과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봉 스님께서는 과학에서 음펨바 효과가 마음의 작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신 것 같다.

 

제자가 물었다

아니면~ 잡념으로 꽉 찬 자가 먼저 깨닫습니까?”

 

선사가 답하였다

잡념으로 꽉 찬 자가 먼저 깨닫느니라.”

 

제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스승님께서는 평소에 말씀하시길

'무념무상이라는

문고리를 잡아보지 않고

어찌 깨닫길 기대하려는가?'

하지 않으셨습니까?”

 

선사가 답하였다.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니라

 

 

아름알이의 한계라고 할까..

우리는 언제나 너무나 상식적으로 어떤 것은 어떨 것이라 생각해 버린다.

마치 뜨거운 물이 당연히 더 빨리 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듯이.,,

그렇지만 실제의 세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요인들이 있고, 수많은 다른 현상들이 나타난다. 그것은 마음 작용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수많은 음펨바 효과속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스승의 벼락같은 고함소리에 정신이 들어서

그저 그럴 것이다 애매하고 모호하게 굳어져 있는 고정 관념이 툭 하고 깨어진다면

세상의 음펨바 효과들이 제대로 보일까?

 

동봉 스님의 시집을 보는 것이 그래서 다른 시집을 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수행이 되는 스님의 시집을 보면서

세상의 음펨바 효과들을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