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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발자국이 저리 깊은데


<동봉 스님 두 번째 시집>


온화和하고 경건敬하며 조촐淸하고 고요寂한 공간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는 것은

스님의 마음을 만나는 것

  

 

지심귀명례

至心歸命禮

부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가를 해서 50년 세월을 수행자로 살았다.

온갖 일들이 많았겠지만

그 시간과 그 시간에서의 공간이

마음에 곱게 비쳐서

한 편 한편 시로 탄생했다.

 

온화하고 경건하며 조촐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수행자의 마음에

시간의 발자국이 그렇게 깊은가보다.

 

새벽 예불 오르기 전

2층 다실에서 내려다본 현관

아무도 밟고 간 흔적이

흔적이 없는 줄 알았더니

소쩍새 소리가 지나가고

먹구름과 함께

천둥소리가 놀다 가고

빨갛고 노란 단풍이 머물다 가고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이

생긋 웃는 아기 표정이

허리보다 낮은 할머니 목소리

택배 아저씨 고함도 깃들어 있네

- 동봉스님 시 '시간의 발자국이 저리 깊은데' 중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는 것은 바로 부처님의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는 것은 바로 스님의 마음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저리 깊은 시간이 발자국을 스님과 함께 바라보며

스님의 마음을 만난다면

어쩌면 깨달음이니, 마음 공부니, 참선이니 하는단어의 표현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스님의 마음이 담긴 시들과 함께

공간 깊숙이

시간 깊숙이

마음 깊숙이

그렇게 들어가 볼 일이다.

 

인생이 깊어질 때

스님과 차 한잔은 어떤가.